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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27회] 위대한 시인 행세 (07/03 ~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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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시인 행세

 

정신분석학의 대부라 일컬어지는 프로이트는 공상을 일종의 백일몽(白日夢)’이라고 명명하였다. ‘백일몽이란 현실 세계에서 채워지지 않는 욕구를 상상이나 환상을 통하여 실현하고자 하는 이상심리이며 허구의 세계 속에서 심리적인 균형을 이루려는 욕망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이트 이론의 관건은 한마디로 도피라고 축약할 수 있다. 지나치게 공상에 빠져 있는 사람은 분명 현실 도피적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그의 이론이었다. 또한 그의 이론은 공상이 인간에게 주는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잘 말해주고 있다.

 

어느 해 여름,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작은 마을에 사는 한 젊은이가 에머슨을 찾아왔다. 시인 지망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일곱 살 때부터 시를 써왔다고 했다. 자신이 나고 자라온 마을은 도시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는 늘 배움에 목말라 있었는데 에머슨의 명성을 듣고 오랫동안 그를 흠모해왔다는 것이다. 그는 대가의 가르침을 받고 싶다며 자신을 문하생으로 받아달라고 간청했다.

이 순진한 시인 지망생은 비록 환경은 불우하기 짝이 없었으나 시에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에머슨은 그와의 엄청난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쉽게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었다.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자 시인 지망생은 자신이 지은 짧은 시 한 편을 에머슨에게 선물로 주고 갔다. 에머슨은 그의 시를 읽고 난 후, 그에게 시인으로서의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에머슨은 그를 문하생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하고 문학지에 그의 시가 발표될 수 있도록 추천해주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편지를 통해 더욱 풍부한 영혼의 교감을 나누었다.

 

청년의 편지에는 시와 문학에 대한 열정이 넘쳐흘렀고, 풍부하고 예민한 감수성이 구석구석에 담겨 있었다. 에머슨은 가는 곳마다 이 청년에 관한 얘기를 빼놓지 않았고 그의 재능을 극찬했다. 덕분에 시골 청년에 불과했던 이 시인 지망생 역시 서서히 에머슨에 버금가는 명성을 쌓게 되었다.

시인 지망생은 이제 더 이상 에머슨에게 자신의 시를 보여주지 않았다. 비록 편지 왕래는 계속되었으나 예전의 재기발랄함과 참신함은 점차 사라져갔다.

에머슨은 청년에게서 위험한 기질을 발견하게 되었다. 편지는 여전히 오고 갔지만 에머슨의 태도는 역시 차츰 냉담해지기 시작했다. 한때 청년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에머슨은 이제 구경꾼을 자처하게 되었다.

어느덧 가을이 다가왔다. 에머슨은 문학 세미나에 청년을 초대했고 작가의 서재에서 두 사람은 오랜만에 대화를 나누었다.

자네, 요즘은 왜 내게 시를 보내지 않나?”

지금 저는 장편 서사시를 쓰고 있습니다.”

자네는 서정시 쪽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데 어째서 방향을 바꾸었지?”

대가의 칭호에 걸맞으려면 장편 서사시를 써야 하지 않을까요? 짧은 서정시는 이제 아무 의미가 없어요.”

그 말은 자네의 이전 작품들이 가치가 없다는 뜻인가?”

, 이제 저도 유명한 시인이 되었으니 대작을 써야죠.”

자네 생각이 옳을 수도 있지. 자네는 매우 재능 있는 시인이니 부디 훌륭한 작품을 쓰길 바라네.”

고맙습니다. 이미 시는 완성됐습니다. 곧 세상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청년은 문학 세미나가 진행되는 내내 자신의 새 작품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아무도 그의 작품에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그는 혼자 신나게 떠벌리고 다녔다.

에머슨의 추천을 받을 만큼 재능을 인정받았던 청년의 대 서사시는 당지 몇 명의 평론가에게 관심을 끌었을 뿐 대중의 주목을 받는 데는 실패했다.

곧 겨울이 닥쳐왔다. 에머슨은 청년에게서 편지를 받았지만 그토록 자신만만해하던 장편 대 서사시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그의 편지는 갈수록 짧아졌다. 마침내 청년은 자신의 작품들이 모두 허무한 몽상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어느 날 그는 에머슨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다.

 

저는 아주 오랫동안 대작가를 갈망해왔습니다. 그러던 중에 선생님을 만나, 운 좋게도 분에 넘치는 칭찬과 격려를 받게 되었고 후광을 입는 행복도 누렸습니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저의 재능에 찬사를 보냈고 앞날이 촉망되는 시인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어요. 저 역시 그렇게 자부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제가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바로 그 이후부터 더 이상 아무것도 쓸 수 없었다는 거예요.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앞에 놓인 백지를 대할 때마다 갑자기 심장과 머릿속이 텅 빈 것 같더군요. 저는 스스로 대 시인이라고 자부했던 터라 명성에 어울리는 대작을 써야만 한다고 다그쳤습니다. 평소 존경해온 에머슨 선생님은 물론이고 역사적으로 유명한 대 시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저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현실 속의 저는 여전히 보잘것없는 평범한 사람에 지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제가 지닌 재능은 이미 바닥이 나버렸거든요. 다시는 작품을 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단지 상상 속에서 불후의 명작을 썼고 위대한 시인 행세를 했던 것 같습니다. 존경하는 선생님, 무모하고 교만했던 저를 부디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그 후 에머슨은 다시는 이 청년 시인의 편지를 받지 못했다.

젊은 시절에 공상에 빠지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것은 젊은이들만의 특권이다. 그러나 청년들이여! 그대들은 기억해야 한다. 인간은 반드시 성숙하기 마련이다. 천지는 드넓고 세상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대에게 필요한 것이 환상의 날개라면 더욱 절실한 것은 바닥을 단단히 딛고 서 있는 두 발이다.” - 에머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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