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39.언변의 달인 맹자

맹자의 언변은 가히 당대 최고였다고 전해진다.

맹자가 제나라에 가서 선왕을 만났을 때의 일이다. 당시 제나라는 선왕이 나라를 잘못 다스려 백성들의 원성이 높던 때였다. 이를 안 맹자가 선왕에게 물었다.

“폐하, 만약 신하 가운데 자기 처자식을 친구에게 부탁하고 멀리 다른 나라에 다녀왔는데, 그 친구라는 자가 신하의 처자를 헐벗고 굶주리게 했다면 어떻게 처리하시겠습니까?”

그러자 선왕이 대답했다.

“당연히 절교를 하라고 하겠소.”

“그럼 여기 법관 한 사람이 있는데, 그 부하들을 제대로 통솔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처리하시겠습니까?”

“물론 파면시켜야 하지 않겠소?”

맹자가 또 한 번 물었다.

“그렇다면 만일 온 나라가 제대로 다스려지지 않고 있다면 어떻게 처리하시겠습니까?”

그러자 선왕은 말문이 막혀 공연히 좌우를 돌아보고 딴청을 피우며 화제를 돌렸다고 한다.

며칠 뒤, 다시 맹자가 선왕을 찾아왔을 때 왕이 맹자에게 물었다.

“옛날 주나라 문왕이 짐승을 풀어놓고 즐기던 동산은 사방 칠십 리나 되었다고 하는데 사실이오?”

“전해오는 문헌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문왕의 동산이 그렇게도 컷단 말이오?”

“하지만 문왕의 백성들은 그것도 작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나는 지금 사방 사십 리밖에 안 되는 동산을 가지고 있는데도 백성들은 그것을 크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왜 그렇다고 생각하시오?”

“문왕의 동산은 사방 칠십 리나 되었지만 나무꾼도 들어가 땔감을 구할 수 있었고, 사냥꾼도 들어가 꿩이나 토끼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문왕의 동산은 누구나 들어가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작다고 느낀 것이지요. 그런데 제가 처음 제나라 국경에 이르렀을 때, 혹시 제나라에서 철저하게 금지하는 법이 있느냐고 물어보니, 관문 근처에 사방 사십 리 되는 임금의 동산이 있는데 그 안에서 사슴을 죽인 자는 살인을 한 자와 마찬가지로 처벌한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임금께서는 나라 안에다가 사방 사십 리나 되는 큰 함정을 파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니, 백성들이 임금의 동산이 넓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이번에도 선왕은 그저 헛기침만 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