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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47.어느 국밥집 할아버지 (12/23 ~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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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구의 행복비타민6447회

2022.12.23 (금)

6447.어느 국밥집 할아버지

6447.어느 국밥집 할아버지


4년 전,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 앞에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홀로 꾸려 가시는
국밥집이 있었다.

경기가 어려워도 국밥은 3천 원이었고 할아버지도 인자하셔서 늘 손님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국밥으로 허기를 채우는데 계산대에서 이상한 광경이 벌어졌다. 옆 반 친구들이 국밥을 먹고 5천 원을 냈는데 할아버지가 거스름 돈으로
1만 원짜리 지폐를 주시는 게 아닌가.

그런 광경을 자주 보면서 나는 적지 않은 아이들이 국밥값보다 더 많은 돈을 거슬러 간다는 걸 알았다. 나는 울화통이 터졌지만 그렇다고 그 친구들에게 뭐라 할 수도 없었다. 우연히 들은 이야기로는 할아버지가 눈이 어둡고 셈을 잘 못 하신다는 거였다.

그렇게 몇개월이 지났다. 등교 길에 할아버지 국밥집을 보니 조등이 걸려 있었다.
많은 사람이 국밥집 안에서 대성통곡을 했는데 그들 중에는 우리 학교 선생님들과 아이들도 있었다.

더 놀라운 일은 그날 아침 조회 시간에 일어났다. 교장 선생님이 단상에 올라 말씀하셨다.

“오늘 새벽 학교 앞 국밥집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분은 우리 학교 선생님이셨습니다. 정년퇴직하고 20년 동안 국밥집을 운영하시면서 학생들에게 따듯한 희망을 주셨습니다. 가난한 학생들에게는 일부러 계산을 틀리게 해서 돈을 더 얹어 주시고, 학교에 장학금도 기부하셨지요.”

순간 모두가 숙연해지고 여기저기서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때때로 국밥집 할아버지가 생각나 괜스레 마음이 슬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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