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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박박 긁어가는 '바닥난 양심'..사랑의 쌀독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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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3-09-26 00:00 조회11,70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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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중순 어느 날 오후 3시쯤, 서울 지하철 2호선 당산역 임이수 역장은 순찰을 하다가 말쑥한 정장 차림의 남성이 개찰구 옆 ‘사랑쌀독(사진)’에서 쌀을 퍼가는 걸 발견했다. 어려운 이웃들이 자유롭게 가져가도록 놓아둔 쌀인데, 그는 처음 보는 얼굴인 데다 늘 퍼가는 이들과 옷차림부터 달랐다.

남성이 자루에 퍼 담은 쌀은 족히 5㎏은 돼 보였다. “다른 분들을 위해 조금만 가져가시라” 역장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쌀자루를 메고 유유히 사라졌다. 임 역장은 “쌀 기부가 갈수록 줄어드는데 저렇게 여유 있어 보이는 분들이 가져가는 모습을 보면 속이 상할 때가 많다”고 했다.

당산역은 서울에서 ‘사랑쌀독’ 또는 ‘희망의 쌀독’ 운동이 시작된 곳이다. 2009년 ‘사랑의 쌀 나눔 운동본부’기 이곳에 쌀독을 설치하면서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서울 각 자치구는 쌀을 기부 받아 주민센터나 지하철 등에서 쌀독을 운영했다.

그러나 정말 필요한 이들에게 돌아가야 할 쌀을 이 남성처럼 퍼가는 얌체족이 끊이지 않아 서울 지역 쌀독 중 상당수가 사라졌다. 국민일보가 19일 사랑의 쌀독을 운영했던 서대문·마포·영등포·관악·양천구 등의 9개 장소를 확인한 결과, 지금도 유지되고 있는 건 4곳뿐이었다. 그나마 운영 중인 쌀독도 자율에 맡겼던 쌀 지급 방법을 바꾼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대문구 관악구 영등포구 등의 5개 주민센터에서 운영되던 쌀독은 폐지됐다. 몇 년째 불황이 이어지며 자발적 쌀 기부가 줄어든 데다 얌체족들 때문에 쌀독 관리에 어려움이 커 사업을 지속할 수 없었다. 한 주민센터 관계자는 “희망의 쌀독을 찾아다니며 쌀을 퍼가거나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을 때 몰래 가져가는 사람도 많았다”고 말했다.

낙성대 주민센터는 2년 전부터 ‘양곡지급대장’을 만들어 이름 주소개인정보를 적고 한 달에 최대 두 번, 한 번에 세 바가지씩 쌀을 가져가도록 제한하고 있다. 자유롭게 쌀을 가져가게 했더니 월 20㎏ 남짓 기부 받는 쌀 대부분을 일부 얌체족이 퍼갔다고 한다. 정작 이 쌀이 절실한 주민들은 헛걸음하는 경우가 잇따르자 ‘장부’를 만든 것이다.

양천구는 지난해부터 각 주민센터에서 ‘희망의 쌀’ 사업을 새롭게 시작했지만 역시 자율적인 ‘쌀독 방식’은 배제했다. 따뜻한마음복지재단에서 매년 기부하는 3000만원으로 18개 주민센터 상담실에 쌀을 마련해놓고 사회복지사상담을 한 후 쌀을 가져가도록 했다. 구청 관계자는 “신월5동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던 자율적 쌀독 방식이 정말 필요한 이들에게 쌀을 제공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서 이런 방법을 고안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구청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는 “시민들의 양심적인 참여가 이뤄졌다면 참 좋은 제도로 정착됐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강철희 교수는 “공동체 개념이 사라진 상황에서 나타나기 쉬운 부정적 현상”이라며 “가난한 이웃이 쌀을 꺼내 가 목숨을 이어가게 했던 조선시대 ‘타인능해’(他人能解·누구든 이 쌀독을 열 수 있도록 해 굶주린 사람이 없게 하라) 같은 아름다운 전통이 계속되도록 시민의식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요진 기자 true@kmib.co.kr


 

[국민일보  |  2013.08.20]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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