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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빨간밥차는 계속 달려야 합니다.(국민일보 특집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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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1-28 00:00 조회26,74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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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급식 5년 달콤 쌉쌀한 밥상 풍경 지난 20일 오전 9시50분 인천 부평역 광장. 새벽의 기습적인 폭설로 살얼음이 낀 도로를 조심스럽게 지나던 한 무리의 어르신들이 이곳에 속속 들어섰다. 두터운 외투와 털모자 등으로 중무장한 이들은 20분 전 설치된 ‘사랑의 빨간밥차’ 막사로 들어섰다. 어르신들은 도착한 순서대로 간이식탁 앞에 앉았다. 식탁 위에는 차가운 간이의자 위에 놓을 방석 크기의 비닐 돗자리가 있었다. 식사시간이 1시간 넘게 남았지만 자리는 절반도 채 남지 않았다. 배식시간은 오전 11시30분. 시곗바늘이 10시40분을 가리키자 막사 안엔 빈 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후에 오는 어르신은 천막 구석의 대기석에 앉아 차례를 기다려야만 한다. 그럼에도 지팡이와 자전거, 손수레와 함께 온 어르신들의 행렬은 이날 정오까지 이어졌다. “평소엔 30분쯤 더 일찍 오세요. 늦으면 식사를 못하실 수도 있거든요. 오늘은 눈이 와 늦게 오신 거죠.” 급식을 준비하던 사회복지사 오영준(44)씨가 말했다. 냉기가 가시지 않은 아스팔트 위에서 어르신들은 끼니를 기다리며 묵묵히 추위를 견뎠다. 밥 한 끼, 그 이상의 의미 별다른 난방기구가 없는 막사 안에서 어르신들은 안면이 있는 이들과 간간이 인사를 나눴다. 일부는 웅크린 채 새우잠을 잤다. 몇몇 어르신께 “왜 이렇게 일찍 오셨느냐”고 질문하자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할 일 없이 집에 있어봤자 뭐해. 미리 나와 있는 게 낫지.” 천막 한쪽에서 한 자원봉사자가 분주히 할아버지의 머리를 다듬고 있었다. 간이 미용실이다. 10시쯤 첫 손님을 맞자 서너 명의 어르신들이 모여들었다. 일부 어르신들은 폐휴대전화를 쌀로 바꾸러 이곳을 찾는다. “폐휴대전화에서 미량의 금을 추출할 수 있다고 해요. 그래서 가져오면 쌀 한 봉지를 드리고 있습니다.” 사회복지사 이준용(29)씨의 말이다. 이날 이씨를 찾아온 한 할머니는 폐휴대전화 3개를 가져와 쌀 3봉지로 바꿔갔다. 오전 11시30분이 되자 이선구(61) 사랑의쌀 나눔운동본부 이사장이 어르신들 앞으로 나섰다. 이사장이자 사랑나눔교회 담임목사인 그는 ‘오늘의 봉사단체’를 소개한 뒤 식사기도를 했다. “하나님 아버지, 우리 모두 이 음식 먹고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도록 건강의 축복을 주시고… 나누고 베풀 수 있는 귀한 삶을 허락해 주님께 칭찬 받는 삶이 되도록 도와주시옵소서.” 기도 도중 곳곳에서 ‘아멘’ 소리가 터져 나왔다. “2009년 시작할 때부터 배식 전 기도했어요. 처음엔 ‘아멘’소리가 없었는데 점차 예수 믿겠다는 어르신들이 나와요. 여기 오면서 신앙 가진 분들이 꽤 됩니다.” 기도를 마친 이 이사장은 “어르신들이 이곳에서 허기뿐 아니라 복음으로 마음도 채울 때 보람차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차림은 쌀밥에 우거지된장국, 김무침과 파김치, 도넛이다. 자원봉사자 30여명은 밥차에서 식판을 받아 어르신 자리까지 가져다 드렸다. 또 어르신이 손을 들 때마다 종종걸음으로 뛰어가 밥과 반찬을 더 퍼오거나 식판을 치웠다. 거동이 불편하지 않은 어르신들은 식사 후 직접 식판을 반납했다. 이곳을 찾는 어르신은 65세 이상이 대부분이다. 부평역 근처에 사는 이들이 많지만 지하철로 네 정거장 떨어진 주안역 인근에서 오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65세 이상이라고 누구나 식사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주민센터의 추천을 받은 차상위계층과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만 가능하다. 그러나 겨울에는 확인 절차를 없앴다. 아침 겸 점심 한 끼를 드시러 한파를 헤쳐 온 어르신을 돌려보내서야 되겠느냐는 이 이사장의 방침 때문이다. 어르신들이 항상 이곳에서 밥만 드시는 건 아니다. 밥차는 지난 1일 떡국과 선물을 제공했다. 명절을 홀로 지낼 어르신의 적적함을 덜어드리기 위해서다. 이 이사장은 “예전에 홀로 사는 분이 많이 찾으셔서 내복을 선물로 준비했더니 1000여명의 어르신과 노숙인이 몰렸다”며 “이번 구정엔 ‘설날 사랑의 떡국나눔행사’를 열어 떡국과 함께 부평역과 주안역 어르신께 추위를 견딜 수 있는 후드티를 전달할 계획”이라 밝혔다. 이밖에도 어르신들이 밥차를 찾는 이유는 더 있다. 비슷한 처지의 동년배를 만날 수 있어서다. 올해 93세라는 한 할머니는 ‘혼자 있으면 외롭다’는 이유로 매일 10∼20분을 걸어 이곳에 온다. 할머니는 “집에서 TV만 보고 있으면 답답하고 밥도 잘 안 챙겨 먹게 돼 추워도 나온다”며 “밥차가 설 때마다 매번 오지만 멀리 사는 자녀가 알면 싫어할까 운동 나간다고 하고 온다”고 말했다. 폐지나 고물을 얻기 위해 오는 이들도 있다. 오씨는 “생계를 잇기 위해 폐지나 고물을 줍는 어르신들은 여기서 정보교환도 하고 폐지도 얻어간다”며 “종이박스를 챙기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편”이라 귀띔했다. 춥고 힘들어도 ‘따뜻한 말 한마디’면 충분 어르신들이 부평역 광장에 모이던 오전 10시. 밥차와 지하철 역 한쪽 방에선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20여명의 대한적십자 인천지사 봉사회 부평구지구협의회원들이 모인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톡 쏘는 매운 냄새가 눈과 코를 찔렀다. 반찬 재료를 손질하던 회원들은 양파와 실파를 다듬느라 여념이 없었다. 박명희 회장은 이 정도 눈 매운 건 고생 축에도 못 낀다며 손을 내저었다. 그는 “1년 전부터 역 안에 재료를 준비하고 설거지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 많이 편해진 편”이라며 “힘들어도 어르신들이 ‘맛있다’고 한마디 하시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역 광장에서는 이정숙 실장을 비롯한 3명의 봉사자들이 300인 분의 밥과 반찬을 마련하고 있었다. 사회복지사와 자원봉사자들은 식사 준비부터 식사 시중, 천막 철거까지 3시간 동안 쉼 없이 움직였다. “봉사자들과 열심히 하지만 가끔은 너무 힘들어요. 대기석에 계시던 어르신들이 서로 빨리 드시려고 하면 장내가 무질서해지거든요. 다칠까 걱정돼 질서를 지켜 달라고 외치면 욕설을 퍼붓는 분도 적지 않지요. 술 취한 노숙인들은 이유 없이 뺨을 때리고 등을 할퀴기도 하고요. 이럴 때마다 허탈하고 섭섭하죠. ‘이러려고 대학원까지 나왔나’ 하고요.” 사회복지사 오씨의 말이다. 그럼에도 그는 어르신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서운함이 녹는다고 했다. “어르신들이 ‘고맙다’ ‘추운데 수고한다’고 말씀할 때 참 보람차요. 한 푼 두 푼 모아 ‘밥차 반찬값에 보태라’고 할 때도 가슴 뭉클하고요. 비록 적은 돈이지만 우리는 감사하죠. 그분들 생활을 우리가 다 알고 있으니까요. 어르신들 진심을 느낄 때 큰 위로를 받습니다.” 어려워도 달린다, 사랑의 빨간 밥차 사랑의쌀 나눔운동본부가 운영하는 사랑의 빨간밥차는 2009년 시작됐다. 매주 인천 부평역과 주안역, 서울역과 고양시 신도동종합복지회관에서 노숙인과 장애인, 독거노인에게 식사를 대접해 왔다. 월요일과 목요일엔 부평역에서, 수요일엔 주안역에서 무료급식을 진행한다. 금요일엔 서울역 광장과 고양시 신도동종합복지회관에서 식사를 나눈다. 수도권을 누비는 2대의 밥차에서 매년 30만명이 끼니를 해결하고 1만여명이 자원봉사자로 활동한다. 본부는 당산역, 강남구청역 등 지하철역과 종교시설 10곳에 쌀독을 설치해 소외계층에게 쌀을 전하는 ‘사랑의 빨간 쌀독’ 운동도 펼친다. 2007년 시작한 이 운동은 현재 태국, 캄보디아를 비롯한 5개국에서도 진행한다. 이외에도 거동이 힘든 어르신께 식료품을 지원하는 ‘사랑나눔 이동푸드마켓,’ 노인교육기관인 ‘시니어아카데미’를 운영해 왔다. 그러던 2012년 어느 날, 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인근에 있던 밥차 기지가 갑자기 화마에 휩싸였다. 이웃 가게 주방에서 난 불이 원인이었다. 기지에 있던 식료품과 주방시설이 불길 속으로 모두 사라졌다. 잿더미에서 손놓고 있을 순 없다고 판단한 이 이사장은 인천 계양구 황어로에 물류창고와 주방시설을 갖춘 새 둥지를 마련했다. 연예인 홍보대사와 후원기관의 지원 약속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후원자와 기관의 돌발 상황으로 지원 약속은 사실상 무산됐다. 화재를 낸 가게로부터 피해보상도 받지 못했다. 새로 세운 건물을 포함한 모든 비용의 책임은 고스란히 본부가 져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줄곧 후원해 왔던 대기업 후원기간이 만료됐다. 후원금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자 이 이사장은 허리띠를 졸라맸다. 밥차에 필요한 유류와 조리용 가스 구입을 최우선으로 하고 모든 분야의 씀씀이를 줄였다. “12명의 사회복지사가 밥차를 비롯한 4개 사업을 책임졌는데 3∼5개월 치 임금이 체불되면서 5명만 남았습니다. 어마어마한 이자를 감당하느라 천막급식소에도 난방기와 앰프를 켜지 못했고요. 어르신, 봉사자, 사회복지사 모두 얼마나 힘들까요.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이렇게라도 안하면 밥차가 멈추니까요. 추위에도 끼니를 위해 1시간 넘게 기다리는 어르신들을 위해서라도 계속 달리게 할 겁니다.” 젊은이, 사랑해줘서 고마워 본부가 힘들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가장 먼저 나선 것은 개인후원자들이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어려운 살림을 꾸려나가는 어르신들 또한 쌈짓돈을 모아 힘을 보탰다. 부평역 인근에서 폐지를 줍는 임경애(69) 할머니도 후원 행렬에 동참했다. 폐지로 하루 5000원을 버는 임 할머니가 밥차에 전달한 금액은 2만원. 허리가 90도로 구부러진 할머니가 몸져누운 아들 대신 손수레를 끌고 일주일 내내 번 돈이다. 임 할머니는 악천후였던 이날도 손수레를 끌고 밥차 막사를 찾았다. “그냥 고마워서 한 일이지요. 여기서 나를 이렇게 친절하게 사랑해주니까. 작은 표시일 뿐이죠.” 임 할머니에게 밥은 노동력의 근원이자 삶을 유지케 하는 힘이다. 당뇨병 등으로 앓아누운 아들을 책임지기 위해선 어떻게든 힘을 내야 했다. 임 할머니는 그 힘이 ‘밥심’에서 나온다고 했다. “몸은 이렇게 구부러졌어도 밥은 잘 먹어. 그러니까 일을 하지. 점심은 여기서 먹고 저녁은 집에 가서 먹지요. 주변 식당에서 반찬도 줘요. 사람들이 도와주고 해서 식사를 천지 잘 먹고 있어요.” 할머니는 작은 것에 감사했다. 허리가 굽었지만 움직일 수 있고, 일할 수 있어 행복하다 했다. 혈압이 높고 무릎이 안 좋아 약을 먹지만 병원가면 돈만 많이 든다며 웃었다. 밝은 표정으로 식사를 하는 할머니에게 한 자원봉사자가 고개를 숙이며 눈인사를 했다. “아이고 예쁜 젊은이, 고마워. 나를 이렇게 사랑해줘서. 이렇게 여러 사람과 하나님 사랑으로 기쁘게 살아요. ‘나보다 일찍 돌아가시면 안 된다’며 자리보전한 아들 보면 눈물겹지마는….” 식사를 마친 할머니는 밖에 놓은 손수레 손잡이를 다시 잡았다. “쉬엄쉬엄 놀면서 해 힘든 건 전혀 없어요. 무겁지도 않아. 그냥 서서 걷지 못할 뿐이지. 5년 전부터 왜 허리가 안 펴지나 몰라요.” 오후 일을 위해 떠난 임 할머니의 손수레엔 식사 도중 사회복지사가 몰래 놓은 종이상자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밥차의 하루는 그렇게 저물어 갔다. 외로운 이들에게 밥은 끼니 이상의 의미가 있다. 같이 식사할 때, 삶의 무게나 외로움을 잊을 수 있어서다. 그런 의미에서 밥상은 복지제도의 또 다른 이름일지 모른다. 개인의 생존이 아닌 공동체의 공존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므로. 부평=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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