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친절 (05/15 ~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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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친절
몇 해 전 한 영국인이 폭스바겐을 몰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에 갑자기 차의 엔진이 꺼졌다. 그는 가까스로 길가에 차를 세우고 차 밖으로 나왔다. 사방에 보이는 것이라곤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 농장뿐이었다. 잠시후 지나던 차 한 대가 멈추더니 한 남자가 내렸다. 그는 지독한 아일랜드 사투리로 물었다.
"도움이 필요하슈?"
나는 얼른 그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내가 좀 들여다봐도 되겠수?"
그가 엔진을 점검한답시고 차 앞 뚜껑을 여는 순간 나는 모든 희망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 폭스바겐은 다른 차와는 달리 엔진이 앞에 있지 않고 뒤에 달려있다. 이런 기본적인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도움을 준다는 것을 기대하는 건 무리였다.
그는 깜짝 놀라더니 엔진이 어디로 가버렸느냐고 물었다. 내가 엔진은 뒤에 있다고 가리키자 그는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이 위치를 바꾸더니 여기저기 살피기 시작했다.
2,3분이 흐른 뒤 갑자기 그가 고개를 쳐들고 소리쳤다.
"무엇이 문젠지 알았습니다. 나한테 연장이 있으니 걱정하지 마슈." 그는 자기의 차로 돌아가 한참을 뒤진 끝에 스카치테이프를 들고 돌아왔다. 그것을 본 순간 나는 완전히 맥이 빠졌다. 나를 구조해 줄 다른 차가 오지 않나 싶어 나는 고개를 빼고 길게 뻗은 도로를 살폈다. 옥수수 농장 사이로 난 2차선 도로에는 아지랑이만 피어오를 뿐 차 그림자 하나 얼씬거리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그 남자는 스카치테이프를 들고 기적이라고 펼쳐 보이려는 듯 다시 내 차 엔진 속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잠시 후 그가 자신 있게 말했다.
"어서 시동을 걸어 보슈."나는 속는 셈치고 그의 말을 따랐다. 그러자 놀랍게도 시동이 걸리는 것이었다. 나는 서둘러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차를 몰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런데 달리면서 백미러를 보니 그가 계속해서 내 차 뒤를 계속 따라오는 것이었다. 마침내 도시가 나타나 내가 안전하게 자동차 정비소에 무사히 도착한 것을 보고서야 그는 손을 흔들며 자기 갈 길을 갔다. 놀랄 만큼 친절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내 설명을 듣고 정비소의 일급 정비사가 엔진을 조사하기 시작했는데, 그 남자가 어디에다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는지 찾아내는 데 무려 20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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