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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의 달인, 홍길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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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09-05-25 00:00 조회6,2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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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이야기] 자원봉사의 달인, 홍길표입니다

입력 : 2009.05.23 03:00 / 수정 : 2009.05.23 05:28

지난 21일 홍길표씨가 경기 의왕시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도배를 하고 있다. 저소득층 주택을 무료로 고쳐주는‘사랑의 집수리 1004’의 전문봉사팀장인 홍씨는 자원봉사 관 련 직함만 5개를 갖고 있다./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1주일에 3번 집수리 봉사 초등생 급식비 10년째 지원
밤엔 띠두르고 청소년 선도 소방대 호출땐 바로 뛰어가

경기도 안양시에 사는 홍길표(洪吉杓·45)씨는 자원봉사 관련 직함만 5개인 '봉사의 달인'이다. 그는 ▲안양시 안양9동 청소년 지도위원 ▲산림청 명예 산림보호지도요원 ▲안양시 의용소방대 본대 서무반장 ▲안양9동 자율방범대원 ▲봉사단체인 '사랑의 집수리 1004'의 전문봉사팀장을 겸하고 있다.

생업이 없는 것도 아니다. 안양9동에서 29.7㎡(9평) 남짓한 인테리어 가게를 운영하는 버젓한 '사장님'이다. 1년 매출은 약 6000만원, 매달 손에 쥐는 돈은 250만원 안팎이다. 매인 데 없는 노총각도 아니다. 부인 손현옥(여·34)씨와 2남1녀를 성실하게 부양하는 가장이다.

홍씨의 수첩에 깨알같이 적힌 이번 주 일정은 대강 이렇다. '월요일 오전 9시~오후 6시: 집수리 자원봉사(안양, 도배·타일 시공 예정), 화요일 오전 10시~오후 10시: 본업(평촌 아파트 도배), 수요일 오전 9시~오후 4시: 집수리 자원봉사(안양, 장판 바꾸고 싱크대 교체할 것), 목요일 오전 9시~오후 4시: 집수리 자원봉사(의왕, 벽지·장판 교체하고 청소), 금요일 오후 2시~: 청소년 선도 거리 캠페인, 토요일 오전 10시~: 청소년의 날 기념행사 참석(안양 중앙공원)….'

21일 오전 9시 홍씨는 수첩을 들추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히 오늘 저녁 7시에 청소년의 날 기념행사를 준비하는 회의에 간다고 생각했는데, 의용소방대에서 같은 시간에 모임이 있다고 하네…. 약속이 잡히면 항상 수첩에 적고, 자기 전에 항상 다음날 스케줄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는데도 가끔 이런 일이 생깁니다."

홍씨가 가장 큰 힘을 쏟아 붓는 자원봉사는 청소년 선도와 '사랑의 집수리 1004' 자원봉사다. 청소년 지도위원들끼리 매달 첫째 주와 둘째 주에 하루 날을 잡아서 저녁 6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회의를 한 뒤 '바른 사회, 바른 청소년'이라고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밤거리로 나선다. 컴컴한 길가에서 여럿이 모여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는 10대들을 집으로 돌려보낸다. "요새 학생들이 반발을 많이 한다던데 꼭 그렇지도 않아요. 우락부락하게 생긴 제 얼굴도 한몫하겠죠.. 하하하."

'사랑의 집수리 1004' 봉사는 훨씬 더 잦다. 봄·가을 이사철이 막 끝나는 4~6월, 9~11월이 대목이다. 이 시기에는 일주일에 사흘씩 안양·군포·의왕지역의 가난한 사람들 집을 돌며 벽지와 장판을 갈고, 변기와 싱크대를 바꿔준다. 독거 노인·한부모 가정·다문화 가정·이주노동자 가정 등 타인의 도움이 절실한 가정이 그 대상이다.

21일에는 의왕시의 한 다가구주택에 갔다. 3남매를 키우는 주부가 중병이 들어서 집안이 온통 쓰레기장이 된 가정이었다. 홍씨가 누렇게 색이 바래 옆으로 살짝 뜬 벽지를 있는 힘껏 뜯자 천장과 벽에서 바퀴벌레들이 후두둑 떨어졌다. 기겁하는 기자에게 홍씨는 "발밑도 조심하라"고 했다.

"바퀴벌레들이 바짓가랑이를 타고 올라오는 경우도 있거든요. 봉사 다닐 때 이런 일은 다반사입니다. 자, 이제 이불 속에 숨어 있는 바퀴벌레들을 털어냅시다."

홍씨는 이런 식으로 1년에 40여 가구를 수리해준다. 자기 돈 주고 벽지도 사 댄다. 그는 지난 1월 올해 쓸 벽지 500만원어치를 미리 사뒀다. "1000평(3300㎡)쯤 바를 수 있는 분량"이라고 했다.

집수리 봉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이어진다. 봉사하는 날은 돈벌이를 못하기 때문에 일당 14만원이 고스란히 날아간다. '사랑의 집수리 1004' 안영미(여·33) 간사는 "매번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하지만 가끔 '저래도 되나' 걱정도 된다"고 했다.

뿐만 아니다. 그는 10년째 인근 초등학교 학생 2명에게 매달 10만원씩 급식비를 대주고 있다. 누가 급식비를 받는지 확인해본 적은 없다. 어린 마음이 다칠까 봐 걱정돼서다.

낮에는 집수리, 밤에는 청소년 선도, 게다가 의용소방대에서 긴급 호출이 오면 밥 먹다가도 바로 뛰어나가야 한다. 생업에 전념하는 날은 일주일에 사흘꼴이다. 돈 버는 데 쓰는 시간이 남들의 반 밖에 안 되는 탓에 일하는 날은 되도록 사람을 쓰지 않고 혼자 다 한다. 부인이 나와서 도배지에 풀을 발라가며 거들기도 한다.

"이해가 안 되죠?" 홍씨는 기분 좋게 껄껄 웃으며 "주위에서 그런 얘기 많이 듣는다"고 했다. "'나중에 구(區) 의원 자리라도 하나 차려고 그러느냐'는 사람도 있고, '돈이 남아서 남에게 베푸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근데 이유를 달고 하면 봉사가 오래가지 못해요."

고향은 충남 당진. 농사짓는 집 6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홍씨가 4세 때 홍씨의 아버지가 일가를 이끌고 안양으로 이사 왔다. 홍씨가 12세 되던 1977년 서울·경기지역의 집중호우로 288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홍씨 동네에서도 여러 사람이 물에 떠내려갔다. 홍씨의 어머니는 아이들을 데리고 안양중앙시장에 피신했다. 홍씨의 아버지는 동네 청년들과 함께 수재민들을 구하러 다니다 이튿날에야 가족을 찾으러 왔다. 홍씨는 "그때 어렴풋이 느낀 것이 있었다"며 "자신도 수해를 당했으면서 남들을 구하려 애쓰는 아버지가 좋았다"고 했다.

그는 지난주에 방글라데시 이주 노동자의 집에 다녀왔다. 천장까지 높이가 170㎝ 남짓한 16.5㎡(5평)짜리 단칸방에 여섯 명이 살고 있었다. 홍씨는 "허리도 꼿꼿이 펴지 못하고 지내는 모습을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고 했다.

"저도 귀찮을 때가 있지요. 그래도 봉사를 쉬면 그런 사람들이 눈에 아른거려서 결국 또 나가게 돼요. 먹고살 만하면 됐지 악착같이 벌어서 큰 부자가 될 생각도 없고…. 나는 1979년부터 30년째 한집에 살아요. 땅도 그 자리, 집도 그대로지요. 욕심이 있는 놈이면 그러고 살겠어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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